[단독] 갑절 뛴 원전 ‘숨은 비용’… 윤 정부 알고도 뭉갰다 [해체 원전, 묻혀버린 검증]

2년 전 사용후핵연료 처리비 산정
연료 다발당 6억 6000만 원
10년 만에 부담금 배 이상 커져
공개 땐 전기료 등 메가톤급 파장
고시 ‘흐지부지’ 후속조치 없어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2025-08-31 20:40:00

사용후 핵연료 습식저장고. 한수원 제공 사용후 핵연료 습식저장고. 한수원 제공

원전 발전의 대표적인 ‘숨은 비용’으로 꼽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비(경수로형)가 2년 전 정부 조사에서 다발당 6억 원을 넘어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적용 중인 기준의 배가 넘는 규모다. 원전 생태계 전반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결과였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10여 년 전 책정된 비용이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2023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부담금(이하 부담금)’을 검토해 경수로형 연료 다발당 6억 60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올 6월에도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 해체 안건을 논의하면서, 대략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을 다발당 6억 6000만 원에 준해 추산했다.

부담금은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영구 처분 등을 위해 한수원이 마련하는 납부금으로, 2년마다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 산정위원회’가 열려 결정한다. 하지만 2013년 3억 2000만 원으로 인상 뒤 매번 부담금은 동결됐다. 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이 원전 단가에 낮은 수준으로 반영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조차 계산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3년 10년 만에 부담금이 배가 넘게 커졌다는 것은 물가상승률 적용 외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을 좀 더 현실화해 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결과가 고시됐다면, 에너지 산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 인상은 직접적인 발전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배출이 불가피해 발전 단가에서 부담금이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당장 한수원은 전체 원전에 대한 부담금으로 연간 8000억 원을 내는데, 이 비용이 배로 폭증할 수 있어 결국 전기료 인상의 압박 요인이 된다. 큰 폭의 부담금 변동은 구조적 변화에 해당해, 향후 전력 수급 계획이나 에너지 정책 설계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쌓여만 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는 부담금 현실화를 더는 미루기 어렵다. 고준위 방폐장은 직접적인 건설비 외에도 부지 선정과 해당 지역 지원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부담금 인상을 미룰수록 향후 재정적 충격은 더 커지고, 자칫 부족한 재원 등을 이유로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현행 시스템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재산정된 부담금은 별도 고시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산정위원회가 열리면, 수개월 내 고시가 나고 관련 규정이 개정된다. 2023년에도 산정위는 열렸으나, 연말이나 이듬해 초에 이뤄져야 할 후속 조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재산정 결과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일부 관계자들만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 고시에 따른 파장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정부는 부담금 재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올 2월 ‘고준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재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올해 산정 결과가 2023년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해, 결과가 고시로 이어지면 파장이 예상된다.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처럼 부담금 인상 요인이 많아, 더 큰 폭의 인상이 있을 수도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2023년 (부담금을) 검토했는데, 이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공식화되지 않았다”며 “산정위에는 회계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며 임의로 조정하는 것 없이 정상적인 가격을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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