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8-31 17:19:51
AI(인공지능)와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도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인간이 만든 이야기였다. 지난 27일 개막한 2025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가 29일 올해의 그랑프리와 분야별 대상을 발표하며 막을 내렸다.
올해의 그랑프리는 제품 서비스 부문에선 태국 ‘KFC 아저씨의 밥그릇(Uncle KFC's Rice Bowl)’이, 공익광고 부문에는 필리핀의 ‘척추측만증 #줄무늬 티셔츠로 체크해’가 선정됐다.
태국의 울프 BKK(WOLF BKK)가 제작한 ‘KFC 아저씨의 밥그릇’은 특별한 날의 음식으로 여겨지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을 일상적인 한 끼로 바꾸기 위해 기획된 캠페인이다. KFC의 창업자 겸 마스코트 커널 샌더스를 태국인들에게 친근한 ‘아저씨’ 캐릭터로 재해석하고, 밥과 치킨을 태국식 유머로 풀어낸 광고로 큰 공감을 얻었다. 3억 4000만 회 이상의 노출과 17% 이상의 거래 증가를 기록할 정도로 큰 효과를 발휘했고, KFC를 일상의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알레한드로 디 트롤리오 심사위원장은 “유머가 여전히 크리에이티브에서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며 “글로벌과 로컬 인사이트를 조화롭게 결합해 태국적 특색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고 평했다.
공익광고 부문 대상은 필리핀의 멀렌로우 트레냐(MULLENLOWE TREYNA)가 제작한 ‘척추측만증 #줄무늬 티셔츠로 체크해(Scoliosis #StripesFitCheck)’였다. 약 340만 명이 앓고 있는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의 조기 발견을 돕기 위해 기획된 캠페인이다. 척추 전문의가 사용하는 자세 격자판에서 착안해 줄무늬 셔츠를 활용, 누구나 어깨와 허리의 비대칭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을 공공의 건강 문제 해결에 접목한 이 캠페인은 시민과 기업, 정부의 참여를 끌어냈고 ‘국가 스트라이프의 날’ 제정까지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도 2억 회 이상의 조회 수와 700만 명의 홈페이지 방문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심사를 했던 아쉬시 차크라바르티는 “평범한 줄무늬 티셔츠를 척추측만증 조기 진단 도구로 바꾼 단순함, 신선함, 그리고 강력한 임팩트 때문에 만장일치로 그랑프리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최우수상(Grand Prix)에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에 부착된 7대의 카메라 시선을 통해 촬영하며 전기차의 가능성을 영화적 경험으로 풀어낸 이노션의 ‘밤낚시’, 일상 속 언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발음 훈련을 돕는 맞춤형 치료 앱을 선보인 제일기획의 삼성전자 이베리아 ‘임펄스’가 포함됐다. 또한 BBDO 방콕이 제작한 메르세데스-벤츠 타일랜드의 ‘벤츠의 의미’, POP5가 선보인 쇼프노도라 애셋 디벨롭먼트의 ‘자투리땅 농사’, VML 마닐라가 제작한 네슬레 필리핀의 ‘킷캣 브레이크 바’ 등도 영예를 안았다.
더불어 올해의 광고주에는 삼성전자, 올해의 네트워크는 제일기획, 올해의 에이전시는 덴츠(DENTSU INC.), 올해의 프로덕션은 SOMOS5가 각각 선정됐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는 행사 개최 장소를 기존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시그니엘 부산으로 옮겼다. 또 8월은 전문 광고인과 마케팅 관계자들을 위한 행사로, 9월은 일반 시민을 위한 행사로 분리했다.
최환진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의 대상작 모두 아날로그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사람의 마음을 잡았다. 광고인들이 여전히 인간의 창의력으로 만들어낸 성과라는 걸 인정했다. 그런 점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어 “처음으로 바다 앞 호텔이 행사장이 되며 행사 참가자들이 부산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한다며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만큼 깊이 있는 특강과 업계의 고민과 관심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일반인을 위한 행사인 ‘2025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크리에이티브 팝업’은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열린다. 올해 광고제 대상과 최우수상 작품을 비롯해 여러 광고제 수상작을 직접 볼 수 있으며 다채로운 체험 행사와 재미있는 특강도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9월초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