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스포츠, 승마] 귀족 스포츠 옛말

“비쌀 것” 편견 달리 강습료 회당 7만~9만 원
준비물은 바지·장갑뿐 나머진 무료로 대여
속보 10분만으로 땀 ‘뻘뻘’ 고강도 운동 효과
말 씻기고 먹이 주면서 유대감 키우고 ‘힐링’
마사회 강습비 지원으로 진입 장벽 더 낮아져
동부산승마장 등 기장군에 승마장 집중 분포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2026-09-03 17:33:48

부산 기장군 장안읍 부산국제승마장에서 승마 수강생이 훈련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기장군 장안읍 부산국제승마장에서 승마 수강생이 훈련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승마는 부자들만 하는 귀족 스포츠.’

승마 입문에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이 같은 편견이다. 강습료만해도 터무니없이 비쌀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회당 7만~9만 원(부산 기준)이면 충분하다. 사회 공익 직군 종사자라면 단돈 1만 원으로도 승마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초기 장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편견과 다른 부분이다. 승마 레슨을 위해 개인이 챙겨야 할 준비물은 딱 달라붙는 바지와 손을 보호할 장갑, 2개뿐이다. 필수 장비인 헬멧을 비롯한 다른 장비 대부분은 승마장에서 무료로 대여해 준다. 안전 조끼와 종아리 보호 장비(챕스) 또는 부츠까지 빌려 착용하면 취미 승마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말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

“열심히 달리는 건 말이고 사람은 말 위에 앉아만 있을 텐데, 승마가 힘든 운동일 이유가 있나?”

누군가에게 승마가 취미라고 소개했을 때 반드시 받게 되는 질문이자 오해다. 승마는 말 등에 단순히 ‘올라타 있는’ 운동이 아니다. 말과 교감하며 소통하고, 함께 움직이는 운동이다. 말의 발걸음 리듬에 따라 기승자는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앉아 있거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거나, 그네를 타듯 진자 운동을 해야 한다. 기승자가 말 반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균형을 유지하고, 말 등에 가해지는 하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승마의 시작은 ‘평보’, 말이 자연스럽게 걷는 움직임이다. 말이 한 발 한 발걸음을 뗄 때마다 기승자는 앞으로 뻗어나가는 말 등 근육 움직임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앞으로 향하는 근육 움직임에 맞춰 기승자는 허리를 앞뒤로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을 수개월 동안 꾸준히 반복하면 기승자는 허리와 골반뼈가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평보 리듬이 익숙해졌다면 다음 단계는 ‘속보’다. 말이 빨리 걷는 움직임으로, 기승자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반동을 느끼게 된다. 말이 속보를 시작하면 기승자는 몸이 위, 아래로 강하게 ‘통통’ 튀어 오른다. 반동이 큰 말이라면 마치 미사일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 초보 기승자가 해야 하는 움직임은 튀어 오르는 말 반동에 맞춰 앉았다가 일어서기. 흔들리는 말 등 위에서 스쿼트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속보 단계에서 기승자는 최고강도 운동을 하게된다. 정확한 자세로 속보를 10분만 해도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다음 날 찾아오는 엄청난 허벅지 안쪽 근육통은 덤이다.

다음 단계는 승마의 꽃, ‘구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말이 ‘다그닥 다그닥’ 소리를 내며 달리는 움직임이다. 구보를 할 때 말 등 근육은 마치 그네처럼 움직인다. 기승자는 마치 파도를 타는 느낌으로 말 등 근육 움직임을 따라가야 한다. 기승자마다 다르지만, 구보를 배우기까지 보통 20~40회 레슨을 거친다.

구보 자세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매우 체력 소모가 큰 운동이지만, 구보를 제대로 익히고 나면 속보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 구보의 짜릿함을 제대로 느끼고 나면 승마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훈련 뒤에는 말을 씻기고 먹이는 주는 등 말과 유대감을 쌓으며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승마의 장점이다. 이재찬 기자 chan@ 훈련 뒤에는 말을 씻기고 먹이는 주는 등 말과 유대감을 쌓으며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승마의 장점이다. 이재찬 기자 chan@

■말에 미치면 약도 없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풀 꺾였던 승마 산업은 다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정기 승마 인구는 2020년 4만 2315명에서 지난해 7만 4050명으로 늘었다.

승마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승마장 인프라가 확충되며 접근성이 개선됐다. 또 개인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해 승마장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MZ 세대 사이 1인 스포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승마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으로 한없이 높았던 진입 장벽은 가파르게 낮아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승마는 유일하게 동물과 함께하는 스포츠라는 특성이 있다. 올바른 자세를 통해 말이 기승자의 말을 듣게 만들었을 때 기승자가 느끼는 성취감은 색다르다. 말마다 서로 다른 반동을 느끼며 적응해가는 과정도 재미가 쏠쏠하다.

승마의 또 다른 장점은 운동 후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힐링이다. 기승 후 함께 움직인 말을 직접 씻겨주며 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말과 유대감을 키워갈 수 있다. 운동을 끝낸 말에게 당근과 과일을 먹여주는 것도 빠트릴 수 없다. 이는 승마인들이 기승 못지않게 좋아하는 과정이다. 실제 승마장 마방에서는 회원들이 집에서 직접 썰어 온 당근과 과일을 말에게 먹여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승마는 자세·체형 교정과 운동 효과가 탁월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승마를 꾸준히 즐기면 척추뼈가 정렬되는데, 틀어진 허리나 골반뼈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온종일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거북목이 되기 십상인 현대인들에게 승마가 제격인 이유다. 또 전신 근육, 특히 코어 힘을 키울 수 있으며, 예쁜 하체 라인을 만들기에도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그래서 시작은 어떻게?

한국마사회는 보다 많은 국민이 승마를 체험할 수 있도록 강습비를 지원하는 ‘힐링승마’ 사업을 연 2회 운영하고 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성인 국민은 30만 원으로 10회 레슨을 받을 수 있다. 경찰·소방관, 교직원,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사회 공익 직군 종사자는 10회 레슨 비용이 10만 원까지 낮아진다. 실제 힐링승마를 통해 승마에 입문했다가 승마를 본격적인 취미로 삼게 되는 승마인들이 많다.

학업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학생승마’ 사업도 있다. 초·중·고등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들도 30만~40만 원으로 승마 강습 10회를 받게 된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이 자세를 교정하고 정서적 안정도 얻을 수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힐링승마와 학생승마는 공식 말산업 정보포털인 ‘호스피아’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는 상반기 4~5월, 하반기 8월에 모집한다. 강습 기간은 상반기 5~7월, 하반기 9~11월이며, 강습은 주 1회씩 진행된다.

부산 내 승마장은 △동부산승마장 △바모스승마클럽 △부산국제승마장 △부산기장승마장 △부산벨마레승마클럽 △포유저EC 등으로, 모두 기장군에 자리한다. 서부산 거주자라면 부산과 인접한 경남에 자리한 승마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남 승마장 가운데 부산과 가까운 승마장으로는 △BK승마랜드 △김해승마클럽 △호포승마스쿨 등이 있다.

10회 승마 강습을 등록하기 부담스럽다면, 많은 승마장에서 운영하는 일일 승마 체험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일 체험 비용은 3만~7만 원 선이다. 각 승마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강습료를 비교해 보고 싶다면 ‘말타’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승마장에서 기승 쿠폰을 구매한 후 말타 앱을 통해 간편하게 강습을 예약할 수도 있다.

귀족 스포츠라는 오해를 벗고 건강한 힐링 여가로 자리 잡은 승마. 이번 주말,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말과 교감을 통해 몸과 마음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높게만 느껴졌던 승마장의 문턱을 넘는 순간,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새로운 힐링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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