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6-09-06 14:44:55
4일 충남 서산 대산석유산업단지에서 열린 H&L어드밴스드 공식 출범식 기념 촬영 모습. 왼쪽부터 조남수 H&L어드밴스드 공동대표, 정임주 HD현대오일뱅크 대표,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천양식 H&L어드밴스드 공동대표. HD현대 제공
석유화학업계가 사업 구조 개편으로 249만t 규모의 생산능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연내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18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새로 추가된다. 정부가 제시한 최소 감축 목표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증설까지 예정되면서 석화재편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석화 사업 재편 1호’인 H&L어드밴스드는 지난 4일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8월 20일 석유화학업계가 자율 협약을 맺고 270만∼370만t 규모의 NCC 감축과 고부가·친환경 제품 전환 등에 뜻을 모은 지 약 1년 만이다.
H&L어드밴스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50%씩 지분을 보유한다. 공동대표로는 조남수 전 HD현대케미칼 대표이사와 천양식 전 롯데대산석화 대표이사가 내정됐으며, 양사 직원들이 통합적으로 사업부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H&L어드밴스드는 향후 3년간 110만t 규모의 NCC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현재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간 ‘여수 1호 프로젝트’까지 승인되면 139만t이 추가 감축될 전망이다. 두 프로젝트의 감축량은 총 249만t으로, 당초 정부가 제시한 최소 목표인 270만t에는 21만t 부족하다.
문제는 감축과 동시에 생산능력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쓰오일이 연내 초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인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18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췄다.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정부가 구조 개편을 통해 감축하려는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이 다시 추가되는 셈이다.
석화업계에서는 공급과잉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신규 증설과 기존 설비 감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구조 개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 재편 논의가 지지부진한 지역도 변수다. 대산과 여수산단에서는 구조 개편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울산산단에서는 에쓰오일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논의가 1년 가까이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사업 재편 초기부터 속도전을 강조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기업이나 산단에 별다른 조치가 없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구조 개편에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 재편은 기업별 이해관계와 신규 설비 투자가 맞물리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려면 사업 재편에도 적절한 시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