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다른 거처로 피신해 있던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현직 공무원 A씨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2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30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이혼 소송 중 임시 거주지 주소가 노출돼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 자녀를 챙긴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5일 SBS가 확보한 112 신고 녹취록에는 사건 당일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울자 피해 여성이 "아기, 이리 와"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반복된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30대 피해여성 A 씨가 흉기를 든 남편 앞에서도 자신만을 의지하는 어린 자녀를 챙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A 씨는 지난 4월 이혼 소송 중이던 남편 B 씨의 가정폭력 문제 때문에 파출소를 찾아 상담을 요청했다. 이틀 뒤 다시 경찰을 찾은 A 씨는 술에 취한 B 씨가 흉기를 들이밀며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누구 한 명 죽어야 끝난다"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 씨는 경찰 신고까지는 하지 못했다. 공무원인 남편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생기면 오히려 더 큰 보복을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A 씨는 이혼 소송 서류가 송달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소가 남편에게 노출된 것 같다며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경찰의 보호조치에도 끝내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범행 당시 112에 접수된 신고 녹취에는 긴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SBS가 확보한 녹취에는 어린 자녀가 엄마를 찾으며 우는 소리와 함께 A 씨가 "아기, 이리 와"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경찰은 B 씨의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유족의 의사와 자녀가 성장한 뒤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고려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는 A 씨의 사건 이후 이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와 피해자 지원기관, 무료법률지원 수행기관 등을 통한 제도 안내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