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6-09-06 09:58:47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5년 전 쪼개기 상장 논란 속에 떼어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다시 품으려 하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합병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합병 발표와 계약 체결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일반 주주와 소통에 나선 데다 합병 가액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지난 4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3개월 이내에 신고서를 정정해 재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또는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나 표시가 있거나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이번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에 대한 소통과 설득이 충분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합병이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추진됐다는 점에서 주주 소통의 시점과 방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계약 체결 3개월 전부터 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마련해 합병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검토했다고 증권신고서에 명시했다. 그러나 합병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온라인 합병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4일 주주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합병계약 체결과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에야 본격적인 대면 주주 소통에 나선 셈이다.
이번 합병을 둘러싼 논란은 SKIET의 출범 배경과도 맞물려 있다. SKIET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이 물적 분할돼 설립된 뒤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당시에도 유망 사업을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물적분할 방식으로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SKIET 주식이 배정되지 않았고, SK이노베이션은 당시 SKIET 구주매출을 통해 1조 35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합병가액도 논란이다. 당시 SKIET 공모가는 10만 5000원이었지만 이번 합병가액은 1만 4783원으로 공모가보다 85.9% 낮다. 지난해 8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당시 발행가액인 2만 8600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시장 충격도 컸다. 합병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 급락했다. 합병 과정에서 신주 약 448만 주가 발행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이 약 2.6% 희석되는 데다, SKIET가 2년 연속 2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만큼 적자 부담이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다만 이후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수주 발표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7거래일 동안 24% 가까이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정정 요구한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충분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고서를 보완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