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조정래 감독 "영화로 제사를 지내고 싶었어요" (인터뷰)

2016-02-25 11:05:48

“당시 피해 소녀들을 다시 고향으로 모신다는 일념으로 만들었어요.”
 
영화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이 밝힌 목표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그 목표에 다가가고자 했다. 위안부라는 민감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 미처 고향 땅을 밟지 못한 피해 소녀의 넋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고자 했던 감독의 진심은 스크린을 통해 제대로 전해졌다.
 
조 감독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보고, ‘태워지는 처녀들’ 등 그림을 본 뒤 남자로서의 죄의식이 생겼던 것 같다”며 “아직 죄의식에서 못 벗어났고, 속죄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판소리 고수로 활동 중인 조 감독은 지난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계기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 민요도 하고, 소리도 가르쳐드리려고 갔는데 첫날부터 펑펑 울고 오히려 위로받았다. 매월 봉사 활동을 다니던 중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조 감독은 “그림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할머니들의 그림과 달리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며 “그 이유를 듣고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곤 영화화를 결심했고, 오랜 노력 끝에 영화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14년 동안 나눔의 집을 다니면서 그분들의 일상다반사를 들었다”며 “그런 것들이 다 저한테 젖어들었고, 시나리오에 녹아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순간에는 내가 만든 것 같은 의식이 전혀 없다”며 “열망들이 모여 만든 영화 같다”고 돌아봤다. 
 
소재 때문인지 ‘귀향’에는 이름을 알만한 배우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캐스팅 자체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감독은 “뉴페이스를 쓰고 싶었다”며 “못 보던 배우들이 날 것의 느낌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손숙 선생님도 영화 쪽으로 많이 나오셨던 분은 아니고, 후원하는 마음으로 다가와 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오디션을 했을 때도 그런 분만 오셨다. 유명하지 않을 뿐 연기력은 어마어마하다”고 자신했다. 
 

최근에는 한일 위안부 협상으로 다시 한 번 위안부가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의도와 상관없이 ‘귀향’은 이 같은 이슈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걱정에 조 감독은 “이 영화가 반목의 도구가 된다면, 내 생명을 거둬가라고 매일 기원했다”며 “당시 소녀가 끌려갔다는 걸 보여주고, 다시 고향으로 모신다는 일념으로 만들었다. 이건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고, 그런 생각 자체가 있었으면 영화를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번 상영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영령)이 온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제사는 생활 일부잖아요. 딱 그거에요. 영화로 제사를 지내고 싶었어요.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온 마음을 다해서 제사를 지냈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영화 엔딩에 펼쳐지는 진혼굿은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오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또 진혼굿 도중 드문드문 비치는 일본군의 모습은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함을 안긴다. 
 
조 감독은 “과거의 문제가 과거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면 예수가 골고다 언덕으로 고난받을 때 군중 사이에서 악마가 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정말 소름 끼쳤는데, 그에 대한 오마주”라고 설명했다. 
 
'귀향'은 24일 개봉 첫 날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여타 상업영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약 14년 동안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있던 이들의 진심이 전해진 결과다.
 
"이 영화를 있게 해주신 나눔의 집에 계신 할머니들께 정말 감사하죠. 결과를 떠나 마음으로 하고 있
어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엔딩을 함께 맞이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사진=강민지 기자,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성운 기자 jabongdo@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