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인간의 이상적 관계란?

‘부산모카 플랫폼: 미안해요…’
부산현대미술관 연례전 진행
기술·예술 결합한 작품들 눈길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2-03 10:23:52

판테온의 사도들 ‘‘0과 1의 판테온’.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판테온의 사도들 ‘‘0과 1의 판테온’.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이 얼마나 놀라운지 자주 듣는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던 예술과 창조 영역마저 이젠 AI가 따라잡았다고 공공연히 인정할 정도이다. 디지털 지능과 기술 융합 세상에서 인간과 인간은, 인간과 자연(환경)은 어떻게 관계를 지어야 할까. 쉽게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이 물음에 국내외 작가들이 작품으로 해답을 내놓았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4 부산모카 플랫폼: 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가 그 작품들을 모은 전시이다.

‘2024 부산모카 플랫폼’은 지난해 부산현대미술관이 시작한 연례전의 명칭이다. 부산현대미술관 고유의 전시 브랜드인 셈이다. 2025년에도 전시는 계속되고 있지만 ‘2024 부산모카 플랫폼’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전시 이름인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의 주인공인 AI 컴퓨터 할과 인간 데이브의 대화에서 가져왔다. 기술과 사람의 연결, 교감에 대한 탐구를 대표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를 기획한 하상민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크립토 아트, 인공지능, 데이터 조각, 게임, 영상 등 새로운 기술 융합형 뉴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중심으로 공모 선정된 4개 팀, 초청 작가 16개 팀의 작품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전시 제목부터 전시 소개까지 어렵게 느껴지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작 전시장에 들어서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매우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 오히려 게임 즐기듯, 인스타그램 릴스를 구경하듯 전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미술관 지하 1층 전시실에 들어가면 우선 공모에 선정된 4개 팀 작품이 있다. 이현민 작가, 이병엽 건축가, 박찬주 기획자, 심명규 경제학자의 4인으로 구성된 팀 ‘판테온의 사제들’은 ‘0과 1의 판테온’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새로운 믿음과 공존의 규칙을 AI와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6가지 선택형 미래 신흥 종교의 모습으로 구현한다. 기둥들과 거대한 웜홀형 우물을 통해 6개의 종교를 담아내고, 현장의 관람객은 사원의 내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만든다. 미래에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AI의 존재가 인간과 결속해 새로운 공존의 법칙을 생성하고 진화의 방향을 탐구하는 종교적 해석과 닮았다.


서소 ‘해심서’. ‘0과 1의 판테온’ 서소 ‘해심서’. ‘0과 1의 판테온’

예술 감각 혁신 공장 ‘하지만 데이브 이 길이 정답이에요’.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예술 감각 혁신 공장 ‘하지만 데이브 이 길이 정답이에요’.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초원지 건축사무소 ‘어쿠스틱 리모델링’.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초원지 건축사무소 ‘어쿠스틱 리모델링’.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노현지 작가, 김영란 현대무용가, 이민희 영상작가, 이슬기 가야금 연주가, 조현재 VR 전문가, 허준 프로그램 개발자, 권민아 인터랙션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7명이 모인 서소 팀의 작품도 호응을 많이 받고 있다. ‘해심서(解心書) 전하지 못했던 말들’이라는 작품으로, 어두운 방을 가운데 놓인 수조와 가야금 연주에 맞춰 춤추는 몸짓 영상이 펼쳐진다. 관객은 자신의 고민을 적은 종이를 수조에 넣으며 종이가 물속에서 순식간에 녹아서 사라진다. 마음속 걱정과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다. 위로되는 예술의 역할을 구현해 보고 싶었단다.

정해인 디자이너, 최은영 작가, 김지환 음악가가 뭉친 ‘예술 감각 혁신 공장’ 팀의 ‘하지만 데이브 이 길이 정답이에요’ 와 이지원 미디어 아트 작가, 김현지 영상 작가, 김휴초 전시 디자이너로 구성된 ‘초원지 건축사무소’ 팀의 ‘어쿠스틱 리모델링’은 공모에 당선될 만큼 재기발랄하고 체험이 가능한 작품들이다.

초청 작가로는 비디오계의 렘브란트로 불리는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를 비롯해 목진요, 유니버셜 에브리띵, 마리오 클링게만, 블라스트 씨어리, 옥승철 등이 함께한다. 전문 기술자들이 결합해 다양한 기술이 동원된 작품인 만큼 관객들은 움직이는 작품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NFT 아티스트이자 NFT아트의 역사를 쓰고 있는 DK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1989년생인 DK는 구글, 애플 등 대기업에 다니다가 지난 2021년 전업 NFT아티스트로 나섰고 그 해 10억 원에 작품이 팔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목진요 ‘왕좌’. 부산현대미술관 목진요 ‘왕좌’. 부산현대미술관



조영각 ‘정직원’. 부산현대미술관 조영각 ‘정직원’. 부산현대미술관

빌 비올라 ‘‘밤의 여행’.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빌 비올라 ‘‘밤의 여행’.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옥승철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옥승철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지난해 별세한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게임 영상 ‘밤의 여행’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전시의 매력이다. 백남준의 제자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인 빌 비올라는 2007년 USC게임혁신연구소와 협업해 최초의 아트 게임 ‘밤의 여행’을 만들었다. 그 후 2018년까지 매년 업데이트하며 게임과 비디오 아트 기법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주었다. MZ세대에게 인기 많은 옥승철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과 동시대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목진요 작가의 ‘왕좌’, 조양각 작가의 ‘정직원’이라는 작품들도 빠뜨리지 않길 바란다. 전시는 무료이며 4월 1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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