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2-03 17:00: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멕시코, 중국에 각각 2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해당국들도 맞대응하면서 ‘글로벌 무역 난타전’의 서막이 오른 가운데 한국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3일 한국무역협회와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신정부 무역 전쟁의 예고편’ 격인 캐나다·멕시코, 중국 3국 대상 관세 부과 계획만으로도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부과한 모든 종류의 무역 압박성 관세 조치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아직 트럼프 신정부의 '1차 표적'에 들지는 않았지만, 최대 교역국으로 상호 긴밀한 산업협력 체계가 형성된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됨에 따라 당장 반도체 같은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나아가 유럽연합(EU)으로 무역전쟁 전선 확대, 보편관세 도입 등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격화할 경우 전반적 교역 위축에 따라 제조업 수출국인 한국 경제에도 구조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무기화는 주로 최대 무역 적자국이자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을 겨냥했다. 당시 미국은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해 한 경제권인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약 9000억 달러의 수입품까지 대상으로 했다. 미국이 자국의 3대 교역국을 상대로 동시에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전과는 차별화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는 대규모로 대중국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가 자국 소비자들의 후생을 고려해 결국 아이폰과 컴퓨터 같은 소비자 제품군의 고율 관세는 철폐한 바 있다.
현재 계획대로 예외 없는 대중 관세가 광범위하게 부과되면 아이폰을 포함한 여러 중국산 IT·가전 제품군의 미국 내 가격이 10%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미국의 IT·가전 시장 위축은 중국 내 생산 감소 현상을 낳고, 이는 다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330억 달러(약 195조 원)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향한 첫 번째 관세 부과 조치가 '서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상무부 등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보편 관세' 문제를 포함한 트럼프 신정부 차원의 새 무역 정책의 틀은 이때 종합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별도 관세 부과 의지도 피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기업들의 밀어내기식 수출 공세 속에서 트럼프발 무역 전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사상 최대인 7000억 달러 수출을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