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2-03 15:51:3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52시간 근로 예외’ 적용과 관련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가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게 맞느냐”면서 예외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3일 국회에서 개최한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근로시간 문제에 대해 노사 양측의 입장을 듣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추진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노사 서면합의로 주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계는 주52시간 예외 적용이 전체 근로시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노동 조건 악화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연구원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며 주52시간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쌍방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경영계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노동계를 향해 “법 개정을 통해 노동착취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를 향해선 “전 세계가 노동환경을 보호해가며 필요할 때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면서 유연근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중요산업의 특정 연구개발분야, 고소득의 전문가에 한해 그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게 왜 안되느냐는 지적에 할 말이 없더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해 “저도 잘 모르겠다”면서 “당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결론을 유보하는 모습이었지만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근로자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논점을 좁혀 노동계와 경영계의 합의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이 대표가 제시한 특정 분야에 한해 예외 적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과정에서도 이 대표가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당내 주요 인사들이 이를 적극 지지하는 방식으로 당론 변경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이 대표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치적 부담은 당이 흡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대해 진보 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참여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부자감세에 이어 노동개악까지, 이 대표는 우클릭 행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노동시간 연장은 결국 친기업 행보일 뿐이고, 민주당의 진정한 중도층 확장은 불평등 해소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노동시간 연장 시도를 비판해 온 민주당과 이 대표가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도 자기모순”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노동시간 규제 완화까지 윤석열과 다를 바 없는 정책 행보를 보이는 이 대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이 대표의 우클릭에 대해 “친기업·감세·규제 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집권만을 고려한 단기적인 정치 전략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와 친기업 규제 완화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중도층 확장이 아니라 보수 경제 기조에 편승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우클릭에 대해선 조국혁신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당 차규근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시간에 예외를 둬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매우 일차원적인 정책이고, 오히려 국내외 인재를 확보해야 할 시점에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면서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와 같은 퇴행적인 결말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차 의장은 “업계의 요청을 무비판으로 수용하는 것은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유능한 것도 아니다”면서 “유능한 정치란,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그 답을 찾고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