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2-02 16:11:49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극도로 고조됐던 여야 갈등은 잠시 냉각기를 갖게 됐지만, 예산안에 대한 양 당의 입장 차는 여전해 ‘2차 시한’인 오는 10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비협조를 이유로 정부안에서 사정기관 특별활동비 등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뒤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을 볼모로 인질극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는 추가 협상도 없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대통령실 역시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적으로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반발했다. 우 의원장의 상정 보류 결정은 이 같은 대치 상황에서 전례 없는 감액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본회의 상정이 불발된 이후에도 예산안에 대한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민주동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이후 “특활비 부분은 절대로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고, 이재명 대표는 이날 대구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에 대해 “정부가 4조 8000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아무 때나 꺼내서 쓰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차라리 이 중 절반으로 나라의 빚이라도 갚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표’ 예산안의 철회 없이는 추가 협상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감액안을)지렛대 삼아 무리한 예산 증액 요구 수용을 겁박할 의도였다면 그런 꼼수는 아예 접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추후 여야 협상은 민주당이 확보하려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과 국민의힘이 복원하려는 특활비·예비비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으로 보이지만,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인 데다 다른 쟁점들도 많아 합의안 도출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의 탄핵소추안은 여당의 강한 반발 속에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므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