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2025-03-04 18:32:14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굳혀지고 있다. 하지만 막판 극적 단일화의 잔불은 남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선거비용을 둘러싼 ‘쩐의 전쟁’과 ‘패배 책임론’이 단일화의 숨은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단일화 여론조사 실시 막바지까지 일부 예비 후보는 목소리를 높여가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4일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부산교육감 재선거 본 후보 등록이 이뤄진다. 이를 앞두고 박수종, 박종필, 전영근, 정승윤(가나다 순) 등 4명의 중도보수 예비 후보 외에는 단일화 논의가 멈춰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김석준, 차정인, 보수에서는 최윤홍 예비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후보자 등록이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4명의 중도보수를 제외한 예비 후보들이 완주 의지를 연일 드러내면서 지역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다음 달 2일 치러지는 부산교육감 재선은 다자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단일화를 위한 물리적 시간은 남아 있어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15% 이상 득표율을 얻어야만 선거 비용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일부 후보들에게 고민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자구도 시 진영 내 표가 갈려 득표율 15% 기록이 어려운 경우의 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십 수억 원에 이르는 선거 비용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직을 상실한 직전 하윤수 전 부산교육감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지출한 비용은 총 15억 8330만여 원이다.
이에 각 진영의 마지막 단일화 데드라인은 선거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선거 공보물의 제작 시점인 3월 중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산교육감 재선거에서 선거 공보 제출은 21일까지인데, 지난해 22대 총선 기준 공보물이 전달되는 부산의 세대수가 157만 5168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작 시기는 제출 시한으로부터 일주일 여 이전이 될 것이기 때문. 이에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적 15%’에 이른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음 달 2일 열리는 부산교육감 재선거가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도 단일화에 소극적인 예비 후보들에게는 부담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지나며 지난해 총선 이후 보수 우위였던 부산의 정치 지형은 어느 정도 평탄화된 상황이다. 이에 재선거 패배 시 어느 쪽 진영이든 책임론이 거세게 일며 내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4·2 부산교육감 재선거가 대선 바로미터인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선거”라면서 “단일화하는 쪽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는 예비 후보들은 정치적 재기 자체가 불가능해지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현재 진보 진영에서는 차 예비 후보가 단일화 절차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김 예비 후보 측은 선거인단 구성 등 단일화 절차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응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보수 진영에서는 최 예비 후보가 뒤늦게 출마를 결정하면서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산교육감 재선거 레이스 마지막까지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후보 단일화 방식에 대한 목소리를 키워나가는 후보들이 등장했다. 단일화를 추진 중인 중도보수 후보 4명 중 한 사람인 전 예비 후보는 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보수 예비 후보 최초로 ‘중도·보수 5자 단일화’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전 후보는 “마지막 단일화를 완성하기 위해 통추위가 최윤홍 예비 후보를 포함한 중도보수 후보 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며 “이것은 저의 개인적 요구가 아니라, 부산 시민이 내리는 명령이며 후보들은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후보가 단일화 여론조사에 참여할 경우 저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저는 반드시 중도보수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는 대의명분과 사명감을 지키기 위해 이를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완전한 단일화에 반대하는 정승윤 예비 후보는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출마한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전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 조사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역선택 방지를 위해 다른 진영(진보) 지지자의 답변은 삭제하면서도 표본 숫자에는 포함하는 방식이 여론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