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하루를 여는 동종부터 염주·효자손까지…‘절집’의 일상을 만나다

국립민속박물관·범어사 성보박물관 공동 기획
‘쯧! 咄 생각을 멈추는 소리’ 20일 개막
동종·용성스님 가사 등 150여 점 전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6-10-18 13: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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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동종.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범어사 동종.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동산 대종사 진영.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동산 대종사 진영.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쯧!’

짧고 강렬한 한마디가 침묵을 깨뜨린다. 선(禪) 수행에서 스승이 제자의 흐트러진 마음을 경책할 때 내지르는 소리이자, 지팡이(주장자)를 바닥에 내리쳐 번뇌를 잘라내는 소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숨 가쁜 현대인들에게, 약 300년 전 사찰의 유물이 “잠시 멈추라”며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국립민속박물관과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범어사 성보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공동 기획전 ‘쯧! 咄(꾸짖을 돌) 생각을 멈추는 소리’를 선보인다. 범어사 개산 1348주년(개산대재)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시대 동종부터 스님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던 곰방대와 효자손에 이르기까지, ‘절집’의 일상과 수행 문화를 조명하는 유물과 기록 15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전시는 △몸과 마음을 갖추다(1부) △일상을 나누다(2부) △세상을 만나다(3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전시를 채운 유물은 사찰이 단순한 종교적 공간을 넘어 삶과 예술이 숨 쉬던 곳이었음을 증명한다.

1728년 제작된 ‘범어사 동종’(부산시 유형문화유산)은 조선 후기 당대 최고의 주종장 김성원과 김선봉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높이 1.3m에 달하는 이 동종은 3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새벽과 저녁마다 사찰의 하루를 열고 닫던 울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독립운동의 숨결도 만날 수 있다.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으로 참여한 용성(1864∼1940) 대종사의 가사는 조각천을 정성스레 이어 붙인 형태를 통해 근대 불교의 전통과 지조를 보여준다.

범어사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근현대 불교계를 이끈 동산(1890~1965) 대종사의 진영(眞影·얼굴을 그린 화상 또는 얼굴을 찍은 사진), 수행자의 장삼과 주장자, 불교 의식을 행할 때 쓰는 가마 등도 소개된다.

연꽃 모양 발우.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연꽃 모양 발우.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또한 밀양 표충사 호국박물관에 보관돼 온 ‘연꽃잎 모양 발우’(경남 유형문화유산)도 주목할 만하다. 사명대사(1544~1610)가 선조 임금에게 하사받았다고 전해지는 이 발우는 크기가 다른 다섯 개가 한 벌을 이루는데(오합발우), 필요한 만큼만 담아 먹는 스님들의 검소한 태도와 불법(佛法) 전승의 의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범어사 '자수수복문' 10폭 병풍.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범어사 '자수수복문' 10폭 병풍.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이 밖에도 조선 후기 궁궐에서 제작한 뒤 복을 기원하기 위해 범어사에 공양했다고 전하는 ‘자수 수복문 병풍’은 ‘수’(壽)와 ‘복’(福) 자 등 총 440자를 수놓았으며, 소나무·대나무·복숭아·거북이 등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무늬를 함께 장식해 눈길을 끈다. 또한 스님들이 일상에서 쓰던 염주, 곰방대, 효자손 등 생활 유물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 박물관과 함께 진행하는 ‘케이-뮤지엄’(K-museums) 사업의 68번째 전시로, 전시가 끝난 후에도 범어사 성보박물관의 상설전시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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