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3-27 19:30:00
‘탄핵 정국’에서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4·2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가 28일 시작되는 가운데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부산·경남(PK)의 여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총선과 이후 재보선의 경우, 여권이 이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이번에는 야권의 우위가 뚜렷해 보인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매몰돼 ‘광장 보수’에 주도권을 내준 여당의 무기력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에 시장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거제의 경우, 지역 여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PK 교두보인 서부산·동부경남에서 야당의 세 확산을 막을 저지선으로 인식해 왔고,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사수’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주)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6일 실시한 여론조사(5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 ‘거제시장 후보 지지도’는 변광용 후보 42.2%, 박환기 후보 26.4%로 민주당 소속인 변 후보가 국민의힘 소속인 박 후보를 크게 앞섰다. 박 후보 측에서 해당 조사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거제 토박이이자 한 차례 거제시장을 지낸 변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인지도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당 차원의 화력 지원 차이도 현격하다. 민주당의 경우,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언주·김병주 최고위원 등 중앙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대거 현지를 방문, “거제 발전을 위한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등 변 후보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에도 중앙당에서 이 지역 조선업계 간담회, 현장 시찰 등을 하며 선거전 ‘예열’을 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내 유력 인사들의 지원 방문도 거의 없이 경남도당 차원의 지역 선거로 치르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7일에야 당 중진인 김기현·나경원 의원이 지원전에 나섰지만, 두 사람보다는 탄핵 정국에서 ‘보수의 전사’로 떠오른 전한길 한국사 강사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지원 유세가 더 주목 받는 형편이다. 거제 지역 여권 인사는 “지난해 부산 금정구청장 보선만 해도 한동훈이라는 ‘간판’이 있었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중도보수까지 결집할 만한 당내 스타급 인사가 없지 않냐”며 “사실상 당의 중심이 광장 보수로 옮겨진 모양새인데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당의 모습이 어떨지 미리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진보-보수 진영 대결 구도로 진행 중인 부산교육감 재선거 역시, 보수 후보가 양쪽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진보 진영 김석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역 여권에서는 교육감 선거에 정당은 관여할 수 없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중앙당이나 시당이 ‘개입 금지’ 원칙만 내세워 어렵게 탈환한 교육감 선거를 방치하는 게 옳았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부산 여권 관계자는 “김 후보의 경우, 민주당의 막후 실력자인 김어준 씨가 연일 자신의 방송에 불러 야권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번에 지면 사실상 여당의 패배로 인식될 텐데, 당이나 각자도생 분위기인 소속 의원들 모두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