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9-11 17:04:42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5200만 시간의 분초를 아껴가며 매진했던 날들이 영화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 운영 노력 메시지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실용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모든 국민을 아우르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북관계에 대해선 “북한의 태도가 냉랭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주제로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크게 3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대통령이 한 시간은 5200만의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분초를 아껴가며 매진했던 날들이 마치 영화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지난 100일을 짧게 규정하자면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0일은 어려움도 많았지만 하나 된 국민과 함께라면 어떤 난제들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는 값진 시간이기도 했다”며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에 따라 통합의 정치, 통합의 국정을 이어 나가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북한의 태도가 냉랭하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특별한 진척은 없지만 끊임없이 (대화를 위해)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한에서 정부가 정권이 바뀌어 대북방송도 안 하고 몇 가지 유화조치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확 돌아서서 화난 표정에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바보”라며 “그런데도 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긴장을 완화하는 게 우리에게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단기간에 북한의 유화적인 입장을 끌어내는 건 어렵다는 취지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재명이 종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필요성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는 남한 당국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한은 체제 위협의 핵심이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보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남북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의 파장과 대책에 대해서는 “대미투자와 관계된 비자 발급을 정상적으로 운영해달라거나 TO(여유분)를 확보하든지 새로운 유형을 만들든지 하는 협상도 지금 하고 있다”며 “미국도 현실적인 필요가 있으면 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대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 상황과 관련해선 “작은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표현한 기억이 있는데, 앞으로도 제가 퇴임하는 순간까지 넘어야 할 고개가 수없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은 여야 간 3대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가 최종 결렬된 데 대해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냐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이 늦어지더라도 특검 수사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을 못 한다고 일 못하는 것 아니다. 정부조직법은 천천히 하면 된다. 6개월 패스트트랙을 하면 되지 않느냐”며 “내란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꿈도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 아니냐. 그걸 어떻게 맞바꾸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배우자 상속세 적용 기준을 완화해 세금을 낮춰주는 방안과 관련해 “(기준 완화 방안을) 제가 대선 때에도 공약한 바 있는 만큼 이번에 처리하는 것으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게 저의 대선 공약이었으니 지켜야 한다”며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검토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