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4-15 09:50:34
부산에서만 벌써 다섯 번째 전시라고 했다. 김덕용(64) 작가의 고향은 전라도이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고, 서울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광주에서 공부했다. 그런데 전시는 서울·경기를 제외하면 부산에서 가장 많다. “사람 인연은 특별히 생기는 것 같아요. 부산에서 시작된 한 번의 인연이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으니까요.”
2014년 12월 개막한 소울아트스페이스 개관 9주년 기념 전시에 8명의 중견작가와 함께 초대된 ‘자연의 기억들’이 첫 인연이었다. 그리고 2년에 한 번꼴로 부산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다시 찾아온 봄, 소울아트스페이스(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엑소디움 상가)는 오는 5월 20일까지 김덕용 작가의 ‘우주(宇宙)를 품다: Embrace the Universe’ 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 연속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지금까지 썼던 ‘결, 빛, 담다, 스미다’에 이어 이번에는 ‘품다’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품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사랑과 이해, 끈기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작은 아이 한 명 품는 일이 소녀를 어머니로 변화시키고, 상처를 품어낸 조개의 생명력이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요. 제가 우주를 품는 방식은 주어진 재료와 씨름하며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재료의 물성이다. 전공은 동양화였지만, 지필묵 위주의 수묵화는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재료를 고민하다 건축의 단청이 나무에 그려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무와 자개 작가’라는 명성을 얻는다. “우리 미술이 고대로 올라갈수록 단청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장인이 하는 식으로 했다가는 회화로서 존재 가치가 덜하다 싶어서 회화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2000년 들어서 근원에 대한 어떤 그리움을 생각할 때 고향 집과 자개장롱, 엄마가 입었던 한복의 반짝임이 떠올라 시작한 게 최초의 ‘자개 작가’가 되었네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김 작가가 해 온 작업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 여인 ‘자운영’ △모든 것은 본래의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든 바다 이야기 ‘차경’(借景·경치를 빌리다) △재로 남은 존재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해 생명의 순환을 나타내고 싶어 시작한 ‘우주 산수’ △여러 빛깔의 자개 구슬로 나타낸 ‘화양연화’ 시리즈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4개의 키워드는 시기적으로는 중첩된다.
“제 작품은 생명의 순환이라는 큰 흐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사람이 죽고 나서 존재가 무가 되고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허무하고 슬픈 일은 없잖아요. 저는 또다시 순환돼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작업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덕용은 교직 생활을 하다가 전업 작가로만 20년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월요일 쉼. 문의 051-731-5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