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막마을 배경 ‘메이드 인 부산’ 동화 나왔다

피난민 정착 60년대 이야기
<우린 친구 아이가>로 출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5-03-03 13:57:10


현정란 동화작가가 부산 남구 우암동의 옛 이름인 소막마을을 배경으로 한 <우린 친구 아이가>를 출간했다. 현북스 제공 현정란 동화작가가 부산 남구 우암동의 옛 이름인 소막마을을 배경으로 한 <우린 친구 아이가>를 출간했다. 현북스 제공

“여기래 소막마을 맞시요?” 단발머리 여자아이와 버즘이 핀 남자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여자가 소막마을에서 재봉틀을 돌리던 은실이 할머니에게 물었다. 이처럼 부산 남구 우암동의 옛 이름인 소막마을을 배경으로 한 ‘메이드 인 부산’ 동화가 탄생했다. 어린이책 문화활동가이자 동화작가인 현정란 씨가 최근 출간한 <우린 친구 아이가>(현북스)는 피난민들이 많이 모여 살던 소막마을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일제는 1909년부터 우암동의 우역검역소에서 검사를 마친 소를 만주나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지금의 소막마을 부지에 20여 동의 소 막사를 세웠다. 그 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소 막사를 통째로 개조해서 살면서 소막마을로 부르게 된 것이다. <우린 친구 아이가>는 1960~1970년대 소막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다. 아이들은 마을 똥산에서 뛰어놀고, 나물을 캐고, 마을 앞 기찻길에서 달리는 석탄 기차에 뛰어오른다. 바닷가에서 헤엄을 치고, 꼬시래기도 잡으며 놀다 친구를 사고로 잃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난다.

주인공 덤이의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아 소막마을에서 밀면집을 연다. 부산의 음식을 대표하는 밀면은 실제로 우암동 내호냉면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동화에는 소막마을에 기적을 일으킨 분으로 하 안토니오 신부가 등장한다. 1958년 부산에 와서 동항성당에서 피난민 구호와 복지·교육·의료사업에 헌신하다 2017년 94세를 일기로 선종한 명예 부산시민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가 모델이다.


어린이책 문화활동가이자 동화작가인 현정란 씨. 어린이책 문화활동가이자 동화작가인 현정란 씨.

<우린 친구 아이가>는 힘들고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정을 나누며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구수한 이북 사투리와 부산 사투리로 펼쳐진다. 이 동화는 60~70년대 당시 소막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피난민 출신 어르신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창작했다고 한다. 그림은 시은경 씨가 그렸다. 현 작가는 “공부에만 매달리거나 게임에 빠진 요즘 아이들에게 과거 아이들의 놀이와 생활에 대해 알려 주고 싶어서 이 동화책을 출간했다. 원래는 제목을 ‘소막마을 아이들’로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우린 친구 아이가> 표지. <우린 친구 아이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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