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3-04 08:17:08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방미 기간 군함, 탱커, 쇄빙선 등 미국이 패키지로 장기 대량 주문을 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협력해 미국의 주문 물량을 우선 제작해 납품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해 미국 측으로부터 '땡큐(고맙다)'라는 긍정적 반응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지난달 26∼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통상·에너지 분야 고위 당국자들을 연쇄 접촉했다.
안 장관의 방미는 미국발 통상 압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한국 인식을 확인하고, 향후 한·미 통상 관계 방향성을 설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안 장관은 이번 방미 협의에서 미국이 중국과 전략 경쟁 와중에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조선을 대표적으로 거론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도움이 되는 산업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통상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런 요소를 적극 고려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산업부 핵심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미측은 한국이 중요한 산업 협력 파트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유럽연합(EU)이나 캐나다, 멕시코에 하듯 험한 분위기가 아니었고, 한국은 파트너로서 더 잘해보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같은 트럼프 신정부의 주요 압박 우선순위에서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 모습"이라며 "미국 측이 한·일의 경우 협력 상대로서의 유용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측은 한국의 조선 협력 강화 제안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안 장관은 미국이 군함, 탱커, 쇄빙선 등을 패키지화해 대량으로 장기 물량을 주문하고자 한다면 한국이 이를 우선 제작해 납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제안했고, 미국 측은 "고맙다"라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제안에 앞서 정부는 안 장관의 방미 전 국내 주요 조선사들과 협의해 기존 고객의 납기일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독 운영을 조정해 장기적으로 미국 측의 대량 주문을 우선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한다.
안 장관은 한·미 조선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설명했고, 미국이 조선 협력을 어렵게 하는 법·제도를 바꾸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전에 양국이 유연성을 발휘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경제 부활'을 선언하면서 에너지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안 장관은 가스를 중심으로 트럼프 2기 임기 내에 한국이 구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미국의 핵심 관심사인 무역수지 균형 문제와 관련해서도 안 장관은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 비중이 가장 큰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공장이 다음 달 말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미국 내 생산이 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미국의 관심사에 한국이 성의 있게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한국 기업의 안정적 투자 환경 보장, 관세 조치 면제 등 우리 측 관심사에 관한 입장도 전달했다.
또한 한국이 타국 대비 불리한 관세 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상 당국은 이번에 마련된 실무협상 채널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