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종영①, 가족과 이웃, 매력 넘치는 모든 인물 등 '응팔'만의 매력

2016-01-17 11:53:13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두 달 반 동안 우리를 28년 전 추억으로 돌려보낸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아쉬운 종지부를 찍었다. 11주 동안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 '응팔'은 세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 답게 전작들에 비해 차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의 구성 등 의도된 준비도 있었고 시청률 같은 결과로 보여준 차이점도 있었다.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와 다른 '응팔'이 더 돋보였던 점을 꼽아봤다.
 
1. 가족 이야기에 주력하면서 남편 찾기의 비중은 감소
 
'응팔'은 시작부터 '코믹가족극'이라고 장르를 규정지었다. 그만큼 내용 전개도 덕선(혜리)이네 가족을 필두로 정환(류준열)이네, 선우(고경표)네, 택이(박보검)네, 동룡이(이동휘)네 등 쌍문동 골목 집안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때문에 출연자들의 분량이 골고루 분포 됐고, 특히 부모 역할의 중견 연기자들의 비중이 전작들에 비해 확연히 높아졌다.
 
덕분에 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응칠'이나 '응사'에 비해 '사람 사는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최근 보기 드문 따뜻하고 착한 드라마 덕분에 매회 목이 메이는 눈물 코드가 등장했다.
 
반대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주 요소인 남편 찾기는 비교적 그 분량이 줄었다. '응팔' 제작발표회에서 최원호 PD는 "남편 찾기는 극 전체를 이끌어 가야할 줄기"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남편 찾기가 '응팔'의 주제라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쌍문동 여러 이야기 중 한 부분으로 다른 것들을 엮는 요소라는 뜻이었다.
 
결국 덕선의 남편은 최종회가 아닌 19회에서 밝혀졌고, 20회에는 선우와 보라의 결혼과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들, 쌍문동에서 이사한 가족들 등 골목 식구들의 이야기로 '응팔'은 마무리됐다.
 
2. 공중파와 '맞짱' 뜬 시청률
 
케이블 방송의 역대 시청률 1위는 Mnet '슈퍼스타K2'의 18.1%(평균 시청률,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이었다. 하지만 15일 방송된 '응팔' 19회는 18.6%의 시청률로 케이블 방송의 신기록을 일궈냈다.
 
'응팔'은 '응칠' 전체의 평균 시청률을 뛰어넘는 6.7%로 1회를 시작했다. 이후 5회에 처음 10.0%를 돌파한 뒤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려오며 마침내 19회에서 케이블 방송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 특히 순간 시청률은 21.7%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공중파 드라마 시청률과 비교하면 그 대단함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1년 이상 KBS2의 주중 드라마는 10.0%를 넘긴 적이 없었다. 작년 여름 방송된 SBS '용팔이'는 1년 반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공중파 드라마가 됐었다.
 
MBC 역시 '그녀는 예뻤다'의 18.0%가 최고 시청률일 정도로 주중 공중파 드라마는 20%는 커녕 10%대 중후반을 기록하는 것도 힘든 상태.
 
'응팔'이 방송되는 tvN이 케이블 유료 채널임을 고려하고, 토요일 하루 한정이긴 하지만 30%를 넘나드는 주말 드라마와 경쟁한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말 그대로 '초대박'이 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응답하라'는 시즌제 드라마로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는 공중파 드라마들도 해내지 못한 시즌제 3연속 성공이다. 공중파 시즌제 드라마로는 MBC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와 KBS '아이리스 2'가 있다.
 
'응팔'의 시청률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tvN의 3연타석 만루홈런'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대체 누가 주인공이야?? 각자 이야기를 가진 매력적인 인물들.
 
'응사'와 '응칠'의 이야기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주로 풀어냈다. '응팔' 역시 시작은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덕선과 그 친구들, 쌍문동 골목 5인방이었다. 하지만 전작과 다르게 '응팔'에서는 친구들의 가족 이야기까지 풍성하게 그려냈다.
 
모든 가족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다룬다' 정도에 그치지 않고 여러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그려냈다. 모두들 다른 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 5인방들과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성동일과 이일화는 물론 '치타여사' 미란(라미란), '봉블리' 정봉(안재홍), '센 언니' 보라(류혜영), '황당황당 봉황당' 무성(최무성) 등 매력 가득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극을 한 층 더 풍성하게 했다.
 
성동일 이일화 부부는 '응답하라' 세 번의 시리즈 내내 주인공 '개딸들'의 부모로 얼굴을 비쳤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더할 나위 없는 금슬을 자랑했고 성동일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 이일화는 찰진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다만 성동일은 이제 야구와 관계 없는 한일은행 만년 과장으로, 이일화는 '뽀글파마'로 살짝 차이점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치타여사' 라미란을 빼 놓을 수 없다. 호피무늬를 사랑하는 그녀는 쌍문돌 골목의 가장 큰 언니로서 골목 전체를 조율(?)했다. 이일화와 김선영이 모이는 곳은 치타여사의 집으로 매번 뭔가 맛있는 것들을 요리해내 푸짐한 상을 차려낸다.

또 미란이네는 첫 째 아들의 복권 덕분에 졸부가 됐지만 쌍문동 모든 가족들의 금전적인 문제를 알게 모르게 지원해주는 듬직한 맏언니다.
 
'봉블리' 정봉은 7수 만에 대학에 합격한 라미란 여사의 첫째 아들. '웬수'같은 아들이 될 뻔 했으나 사실 복권 한 장으로 집안을 일으킨 인물이다. 공부 빼고 다 잘하는 맥가이버 같은 면모를 지녔고, 연애 또한 갑부집 딸을 만나는 등 운수대통한 모습을 선보였다. 마지막 회에서는 그가 요리연구가 백종원임을 연상시키는 이야기가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 골목 최고의 미친뇬'이라는 내레이션으로 소개된 덕선의 언니 보라는 사실상 서브 히로인. 덕선과는 애증의 관계로 '현실 자매'의 모습을 선보였다. 초중반 집안의 독재자 같은 면모로 쌍문동 골목 전체가 무서워한 인물이었으나 선우와 연애를 하면서부터 부드러워졌다. 극 말미에는 서먹했던 아빠 성동일과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보여줘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금은방 '봉황당'을 운영하는 최무성은 무뚝뚝한 대한민국 아버지의 표본 같은 인물이다. 아내를 일찍 여읜 탓에 그 부족한 자리까지 메꾸려 아들 모르게 노력하지만 아들에게 사랑한단 말 한 마디가 쑥쓰러운 우리네 아버지였다. 하지만 택이가 탄 비행기가 사고났다는 뉴스에 맨손으로 택이 책상 자물쇠를 부수고 전화번호부를 찾아 슈퍼맨 같은 아버지의 모습도 보여 눈물도 자아냈다.
 
이 밖에도 카메오로 '김수로왕 매점'의 김수로, 택이의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는 기자 박지윤, 보라의 소개팅 상대가 될 뻔했던 '쓰레기' 정우, 덕선 친구 미옥(이민지)의 무서운 아버지 고창석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한층 더 즐거움을 안겼다.
 
이처럼 '응팔'은 '응칠'과 '응사'에 비해 보다 발전되고 풍성해진 구성과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눈물과 콧물을 빼는 데 탁월함을 보였다. 덕분에 즐거웠던 11주였다.
 
사진=tvN '응답하라 1988' 방송캡쳐, 공식 홈페이지 포스터

bstoday@busan.com

< 저작권자 ⓒ 비에스투데이(www.bstoday.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