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1-02-17 15:44:07
“지금껏 해온 캐릭터 중 가장 마음이 쓰였어요. 아픈 손가락 같은 병인이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에요.”
배우 나인우(27)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철인왕후’와의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조선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의금부장이자 순애보 ‘김병인’을 연기했는데 그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역동적인 액션 연기와 절절한 감정 연기를 잘 풀어냈다.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인우는 “고생한 만큼 결과물이 좋아서 뿌듯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인우가 나선 이 드라마는 성격 화끈한 청와대 요리사가 170여 년 전 조선의 왕비로 타임 슬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가 연기한 김병인은 조선 당대 절대 권력인 ‘김좌근’의 양자이자, 철종의 비인 ‘김소용’를 연모하는 인물이다. 나인우는 “소용의 사촌오빠이기도 한 병인에게 소용은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 준 단 한 사람”이라며 “소용의 변한 모습을 볼 때 병인은 자신의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희망을 준 캐릭터에게 끝까지 헌신하며 그를 지키려 한다”면서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는 병인이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소용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제대로 모르는 캐릭터예요. 소용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집착이 되고 소유욕이 된 거죠. 그래도 소용을 지키기 위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아요. 병인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이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 아닐까요.”
나인우는 검술에 능한 캐릭터를 위해 촬영 전 액션스쿨에 다녔다. 그는 “액션 연기는 어렵지만 하는 맛이 있다”며 “연기할 때 나는 물론이고 상대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촬영을 시작한 이후에는 현장에서 시간 날 때마다 액션 합을 많이 맞췄단다. 나인우는 “조심한다고 했는데 날카로운 칼에 스쳐 손과 다리를 좀 다쳤다”면서 “나 자신에게 좀 속상했지만 촬영할 땐 재미있게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진한 누아르 영화에서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극 중 ‘철종’을 연기한 김정현과 맞붙은 ‘술 대결’ 장면도 인상적이다. 나인우는 “주변에서 술에 취한 연기를 잘 한다고 말해주더라”고 웃으며 “원래 술을 좀 마신다. 주사연기를 할 때도 캐릭터의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게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형과 신혜선 누나가 저를 동생처럼 잘 챙겨줬어요. 정현 형은 상황에 맞는 애드리브도 많이 알려줬어요. 덕분에 작품이 더욱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영화 ‘스물’로 충무로에 발 디딘 나인우는 올해 데뷔 6년을 맞았다.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가수를 꿈꾸다 배우로 전향한 그는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나인우는 “하루하루 열심히 숙제해온 것 같다”며 “이번 작품에서 인내심 강한 내 모습을 발견했듯 매번 나도 몰랐던 점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요. 배우는 곧 인물의 감성과 감정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사람이잖아요.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기하면서 폭넓은 감정을 펼쳐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