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10-19 15:44:45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살인이 잇따르면서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련 불법 구인 광고 긴급 삭제를 지시했고, 정부 합동대응팀은 피해 발생 지역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관련 범죄조직을 상대로 한 금융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캄보디아에 다수 한국인이 구금된 사태와 관련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구인 광고를 긴급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이 대통령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 경찰청을 상대로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해당 기관들은 불법 광고 노출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포털 사업자 등에 전달해 불법 광고 삭제 조치를 하게 된다.
이 수석은 “정부는 합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긴급히 구성한 바 있으며 여기에 오늘 네이버·카카오·구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도 구성했다”며 “이를 통해 본격적인 자율심의 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를 통해 국민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지에 급파된 정부 합동대응팀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박일 전 주레바논대사가 이끄는 캄보디아 내 재외국민 보호 정부 합동대응팀은 18일(현지시간) 범죄단체 밀집 지역인 시하누크빌주를 찾아 우리 국민 대상 취업 사기, 감금 피해 발생 지역을 점검했다. 시하누크빌은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의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지역 중 하나로, 외교부는 지난 16일부터 이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 ‘출국 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박일 캄보디아 내 재외국민보호 정부대표는 시하누크빌 지역 교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앞으로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 합동대응팀은 지난 16일 따께우주 내 스캠단지 중 하나인 태자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주요 스캠단지 운영 실태, 단속 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범죄 조직을 상대로 한 금융 제재 검토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캄보디아 범죄 관련자를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공중협박 자금조달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과 관련된 개인·법인·단체를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고시할 수 있다.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되면 금융위의 사전 허가 없이 금융·부동산·채권 등 재산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유력 제재 대상으로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린스 그룹’과 금융서비스 기업 ‘후이원 그룹’ 등이 거론된다. 프린스 그룹은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캄보디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거대 기업 집단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인신매매·온라인 사기·불법 감금 등 각종 강력범죄의 배후 조직으로 지목되고 있다. 후이원 그룹은 사기·탈취를 통해 확보한 가상화폐 자금을 수년간 세탁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