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쇼핑몰로 들어가다 [비즈앤피플]

유통가의 새 풍경, 자동차 전시장

백화점·아웃렛·쇼핑센터에 잇단 입점
BMW·아우디·폴스타·벤츠 등 매장 북적
'보는 소비'에서 '참여형 쇼핑'으로 진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2025-10-19 08:00:00

부산 강서구 스타필드 명지에 입점한 동성모터스 BMW 전시장. 아래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몰의 아우디·폴스타 매장,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열리고 있는 한성모터스의 벤츠 팝업스토어. 동성모터스·신세계 센텀·롯데백화점 제공 부산 강서구 스타필드 명지에 입점한 동성모터스 BMW 전시장. 아래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몰의 아우디·폴스타 매장,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열리고 있는 한성모터스의 벤츠 팝업스토어. 동성모터스·신세계 센텀·롯데백화점 제공

명품 다음은 ‘자동차’다. 백화점과 아웃렛이 최근 자동차 전시장을 잇달아 들이며 새로운 체험형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차량을 직접 보고, 앉아 보고, 시승까지 가능한 ‘쇼핑몰 속 전시장’은 체류 시간을 늘리고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복합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로변에서 쇼핑몰 안으로

주말이면 신세계 센텀시티몰 1층 자동차 매장 앞은 발 디딜 틈이 없다. 테슬라·폴스타·아우디 매장에는 입장 대기 줄이 생기고, “이 차는 뭐예요?” 하며 쇼핑하던 시민들이 구경 삼아 들어와 시승 상담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쇼핑하며 차 구경’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업계 전반의 유통 전략이 ‘대로변에서 쇼핑몰 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가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전시장을 연 곳은 대략 10여 곳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부산 딜러인 스타자동차가 부산 기장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에 기장전시장을 열었다. 전시장 한편에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 주말에는 많은 고객이 찾고 있다. 또한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에는 전시장을,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는 서비스센터를 각각 갖추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열리고 있는 한성모터스의 벤츠 팝업스토어.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열리고 있는 한성모터스의 벤츠 팝업스토어. 롯데백화점 제공

벤츠의 또 다른 부산 딜러인 한성모터스는 오는 19일까지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1층에서 전시장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아우디 공식딜러사인 아이언오토는 지난 13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해운대전시장을 오픈했다.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도입한 시티몰 콘셉트 스토어 형태로 총 294.8㎡ 규모에 최대 3대의 차량을 전시할 수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딜러사인 아이언오토는 2023년 경남 김해 신세계백화점에 국내 최초로 ‘아우디 콘셉트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 외에 경기도 안성·하남·수원 스타필드에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BMW코리아도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스타필드 명지를 비롯해 스타필드 하남·안성·위례에 전시장을 열고 있다.

볼보차코리아는 스타필드 고양·하남·수원 등에 DTS(다운타운 스토어) 확장 콘셉트의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스웨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코리아는 2022년 1월 신세계 센텀시티몰 1층에 ‘스페이스 부산’을 열었다. 스타필드 하남에도 전시장이 있다.

BYD코리아도 지난 1일 스타필드 명지 부산전시장을 공식 오픈했다. 스타필드 경기 일산 전시장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오픈한 시티몰 타입 전시장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이 같은 복합쇼핑몰 경쟁에 뛰어들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스타필드 수원에 전시장을 열었다. ‘스몰 앤 팬시’라는 공간 테마 아래 상담부터 계약, 출고까지 차량 구매 전 과정은 물론 쇼핑몰 내 시승 센터를 통해 차량 시승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 측은 복합쇼핑몰 가운데 추가로 입점할 곳을 찾고 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도 주요 지역의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에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또 복합문화공간인 현대모터스튜디오도 서울,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몰의 아우디·폴스타 매장, 신세계 센텀 제공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몰의 아우디·폴스타 매장, 신세계 센텀 제공

체험형 전시장 경쟁 본격화

유통공간으로 들어온 자동차 전시장은 이제 업계 전반의 새로운 경쟁 무대가 됐다. 단순한 홍보에서 벗어나 시승·상담·계약까지 가능한 ‘체험형 매장’으로 진화하면서, 수입차·국산차를 막론하고 복합쇼핑몰 입점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최근 판매 부진으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 문턱 낮추기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벤츠코리아 측은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은 체류시간이 길어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최적의 장소여서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 정유진 본부장은 “복합쇼핑몰은 기존 전시장보다 방문자 수가 많고, 복합몰 내 카페나 문화시설과 결합하는 형태의 경험형 전시장 운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복합쇼핑몰 내 전시장 입점은 최근 온라인 판매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테슬라·폴스타의 경우 이미 100%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어 차를 직접 보고 인도받을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폴스타코리아 김세배 홍보부장은 “신생 브랜드인 폴스타의 경우 인지도 증대 측면에서 좋고, 100% 온라인 판매로 이뤄지고 있어 구매 후 차량을 인도받기가 수월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전시장의 단점도 있다. 전시 공간의 한계로 3대 내외의 차량만 전시가 가능해 다양한 모델을 보여줄 수 없고, 시승과 고객 체험에도 다소간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일반 전시장 대비 임대료가 높고, 고객들이 많이 방문해 인건비가 조금 더 많이 든다.

포르쉐와 랜드로버는 아직 쇼핑몰에 입점하지 않고 있다. 포르쉐코리아 정홍선 부장은 “포르쉐는 단순한 접점 확대보다는 고객이 브랜드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전시장’ 유통업계 새 실험

신세계 센텀시티몰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롯데몰 동부산점 등은 자동차관을 단순 임대가 아닌 체류형 콘텐츠로 키워가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 관계자는 “쇼핑 중 자연스럽게 차량을 보고 시승까지 연결되도록 한 구조로, ‘자동차도 백화점에서 산다’는 경험을 제공한다”며 “고급스러운 백화점 이미지와 브랜드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아우디 해운대점의 경우 일반 전시장보다 일평균 방문객이 3배 많고, 주말 상담 건수는 평일의 2배 수준이다. 폴스타·테슬라 역시 부산 유일 매장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계약 건수가 동시에 상승 중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1층 벤츠 팝업스토어를 찾은 임채헌(40·부산진구) 씨는 “쇼핑 중 우연히 들렀다가 상담까지 받게 됐다”며 “백화점에서 차를 본다는 게 신선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벤츠 E200 AMG 라인’ 팝업은 부산 북구 전시장보다 계약 건수가 많았고, 동부산점의 벤츠 상설 전시장은 올해 계약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 롯데 관계자는 “체험형 MD로서 체류시간이 늘고 인근 매장 매출도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롯데몰 동부산점은 127대 동시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신세계 센텀시티몰은 아우디·폴스타·테슬라 등 세 브랜드를 한 층에 배치해 ‘전동화 체험존’ 형태를 띠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리빙·가전 다음으로 고가 체험형 상품군이 자동차로 확장되고 있다”며 “백화점이 자동차 전시를 통해 ‘체류형 리테일’을 완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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