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9-01 10:27:13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했지만, 9월에도 중국 전승절과 뉴욕 유엔(UN)총회 등 무대가 잇따라 예정되며 한반도 정세가 한층 복잡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상황 속,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참석을 확정지으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정부의 외교 전략 수립에 이목이 쏠린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항일 전쟁 승전 8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은 최근 김 위원장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세계대전) 승전 80돌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동시에 중국 측도 김 위원장을 포함한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 26명이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발표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과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등의 정상이 기념 행사에 참석 예정이며 한국의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시 주석의 연설과 함께 자국산 신형·현역 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이 펼쳐지게 된다. 김 위원장은 내달 3일 기념식에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톈안먼 광장 성루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불참하고 우 의장이 참석하는 전승절에서 김 위원장과 우 의장의 대면에도 이목이 쏠린다.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대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모르는 척은 안 할 것"이라며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같이 술 한 잔도 하고 그래서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한 만큼, 김 위원장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북한은 앞서 한국을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해 전승절 행사에서 우 의장과의 대면을 의도적으로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주목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 강화와 한미 전략적 동맹 확대는 중국 입장에선 불편한 대목이다. 이에 북한이 한국, 일본, 미국과의 대화를 접고 중국과 러시아와 더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에도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또다시 북한을 겨냥한 비핵화 발언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22일 뉴욕으로 향해 (다음 날인) 23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북한 관련 언급도 연설문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 또한 이번 유엔총회 참석 가능성이 높다. 비상계엄 사태 후 '한국 외교의 정상화'를 국제사회에 공표할 수 있는 기회인 데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이 9월에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만큼 참석의 여건도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임기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전례도 있다.
유엔총회 이후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핵심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가능성이 높은 데다 김 위원장의 참석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전까지 외교 무대에서 '차분한 대응'을 통해 정상회의에서 북미 대화를 끌어내고 다자 정상회담을 이루는 게 목표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정부가 공식 초청을 추진할 사안으로 보긴 어렵고 과도한 기대를 부추기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이후 판문점 등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인데 최근 태도는 소극적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북핵 대화의 주도권보다 실질 진전이 중요하고 현재로선 미국이 역할을 맡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