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2025-10-20 07:00:00
내수 침체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갈 도구로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한국은행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외 불확실성도 커진 데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몇 차례나 서울 집값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자 지역에서는 “언제까지 서울 집값 때문에 나머지 지역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긴축을 마무리한 뒤 지난 5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 포인트(P) 인하했다. 이후 7월과 8월에는 금리를 동결해 현재 금리는 연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이 1%에도 못 미쳐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금리가 연쇄적으로 하락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가계는 대출 이자 부담이 완화되면서 소비를 늘릴 수 있고, 기업은 차입 비용이 낮아져 설비 투자와 고용 확대에도 나설 수 있다. 이는 생산과 고용, 내수를 끌어올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좀처럼 잡히지 않는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리를 낮출 경우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뿐 아니라 대외 여건도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 등 주요국의 대미 관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올라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점도 부담이다. 금리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지고,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어서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경기 측면에선 인하 필요성이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은 점과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을 고려하면 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파리바도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금통위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수요 억제책을 내놨지만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 역시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10·15 대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들이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정책의 신뢰도와 투기 심리 억제 효과를 약화시킨다”고 우려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10월에도 서울 집값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자 지역에서는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금리가 좀 내려가야 부동산도 좀 움직이고, 경기도 그나마 좀 살아날 것 같은데 딴 세상 얘기인 몇 십억 서울 집값 때문에 또 지역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면서 “서울 집값만 폭등해 일부만 부자가 되고 나머지는 가만히 앉아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패배감을 맛보는 것도 억울한데 경기 부양을 위해 절실한 금리 인하까지 서울 집값 때문에 빼앗기는 형태가 되고 보니 더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시장 원리에 안 맞을지 몰라도 지역에 우대 금리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동아대 금융학과 이상원 교수는 “지역민 입장에서는 금리가 떨어져야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는데 금리를 내리지 못하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차등 금리까지는 힘들다 해도 수도권 집중이 불러온 이 같은 불평등에 대해 정부가 꼼꼼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