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올해 한국영화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영화 ‘국제시장’이 천만 흥행으로 2015년 새해를 밝혔지만, 그 빛은 오래가지 못했다. 흥행과 이슈 등 모든 주도권을 외화에 내줬다. 할리우드 영화 ‘킹스맨’이 청소년관람불가 외화로는 처음 600만을 돌파하며 위력을 떨쳤고, ‘어벤져스2’ ‘매드맥스’ ‘쥬라기 월드’ 등 여러 작품이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부진했던 한국 영화는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쌍천만’ 계기로 타올랐다. ‘검은 사제들’ ‘사도’ ‘내부자들’ ‘히말라야’ ‘대호’ 등 연말까지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4년 연속 1억 관객을 돌파했다. 물론 그 틈새에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더 코믹한 상황을 연출한 대종상과 끊이지 않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등 어두운 이면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올 한해 영화계 이슈를 키워드로 짚어봤다.
■ 올해의 흥행
흥행 욕심이 없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흥행이 아니라 작품을 우선시한다지만, 흥행이 저조하면 기분은 좋을 수 없다. 올해 흥행만큼은 황정민이 단연 최고다. ‘국제시장’으로 2015년 시작과 함께 천만을 맛본 그는 올 여름 ‘베테랑’으로 다시금 천만을 기록했다. 솔직히 ‘황정민급’의 배우가 주연작 두 편을 연속으로 천만에 올려놓는 경우는 보기 드문 경우다. 원톱 배우니까. 더욱이 황정민은 2015년 마지막 ‘히말라야’로 달리고 있다. 세 편 연속 천만을 노리는 상황이다.
■ 올해의 데뷔
해마다 샛별은 등장하기 마련. 올해의 샛별은 누가 뭐래도 ‘검은 사제들’ 박소담이다. 신인여우상 몇 개쯤은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치러진 시상식에서는 아쉽게도 후보 조건제외다. ‘베테랑’ ‘경성학교’ ‘사도’ 등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베테랑’ ‘사도’에서는 활약이 미미했고, ‘경성학교’에서는 흥행이 부족했다. 신인이 단숨에 눈에 띈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직접 보여줬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에서는 달랐다. 강인한 인상을 남겼고, 흥행까지 폭발했다. 박소담과 각축을 벌인 올해의 데뷔 후보는 최민식이 그토록 칭찬했던 ‘김대호’씨다.
■ 올해의 재난
때때로 들이닥치는 감기의 무서움은 그 어떤 재난보다 강력하다. 올해 그 주인공은 메르스다. 이 무시무시한 재난은 영화관을 향하는 발걸음을 막아섰다. 이로 인해 여러 영화들이 개봉일을 뒤로 늦추느라 정신을 차지리 못했다. 물론 메르스 속에서도 500만 관객을 모은 '쥬라기 월드'도 있었지만. 여하튼 사회적 정서와 분위기 등 한국 영화들이 더 피해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 당시 개봉을 준비했던 영화(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재난이다.
■ 올해의 문어발
사랑한 사람이 무려 123명이다. 평생 사랑하기도 힘든 숫자를 약 2시간 동안 해낸 이는 바로 ‘뷰티 인사이드’ 한효주다. 어린이, 여자, 외국인 등 나이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원 없이 사랑했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여기에 한효주의 미모는 제대로 물이 올랐다.
■ 올해의 뒤끝
2014년 시작됐다. 그리고 2015년이 마무리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물고 늘어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모습이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사태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 후 겪는 갈등이다. 예산 축소, 보이지 않는 외압 등 부산시는 끊임없이 영화제를 자극했다. 올해 제20회 영화제를 치르면서 어느 정도 봉합되는 줄 알았던 갈등은 부산시의 검찰 고발로 다시 시끄러워졌다. 물론 협찬금 중계 수수료 문제 등 부산영화제가 100%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세련되지 못한 부산시의 뒤끝 작렬은 유치한 수준이다.
■ 올해의 코미디
이보다 흥미로운 코미디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충무로의 현실에 국내 영화인들은 반성해야만 할 것 같다. 올해의 코미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종상이다. 대종상의 행보는 웃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강력한 코미디였다. 시상식 참여 여부를 놓고 상을 주네, 마네로 포문을 열더니 결국 시상식에서는 대리 수상자가 더 많은, 코미디를 연출했다. 시상 결과라도 수긍할만한, 아니면 ‘그래도 결과는 공정했네’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올해의 코미디로 부족했을 거다. ‘몰아주기’로 코미디 연출에 완벽을 기했다. 이로 인해 몇 해 전부터 청룡이 어부지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 올해의 공포
100억대의 대작이 낳은 결과는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무서웠다. 영화 ‘협녀’는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캐스팅과 100억대 제작비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초’ 기대작이었다. 한국형 무협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다. 하지만, 개봉 즈음에 영화 외적인 이슈에 몸살을 앓았다. 이 때문에 개봉이 밀리더니, 이때부터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단지 외적인 이슈 때문에 개봉이 밀리고 있는 게 아니라는 소문. 외적 이슈와 부족한 완성도의 결합은 그야말로 공포를 안겼다. ‘협녀’를 투자 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배급사 역시도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결과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bstoday@busan.com
< 저작권자 ⓒ 비에스투데이(www.bstoday.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