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올해도 드라마는 넘쳐났다. 지상파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 웹드라마 등을 모두 합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만큼,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는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뿐이랴. 시청자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던 배우들도 그만큼 많았으며, 부끄러움은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배우도 여럿 나타났다. 이에 올 한해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명연기, 발연기의 대가들을 꼽아봤다.
“솔직히 연기대상감 아닌가요?” 지성, 수애, 김현주, 김명민.
올 해 상반기 여자들의 모니터 ‘남친’으로 첫 이름을 올린 이는 지성이다. 지성은 MBC ‘킬미, 힐미’에서 다중인격을 지닌 차도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더군다나 1인 2역도 쉽지 않은 연기지만 지성은 1인 7역 이상을 연기해냈다. 특히 그는 작품 속에서도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한 신세기, 안요나, 안요섭, 페리박 등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 호평 받았다.
이들 캐릭터는 모두 각기 달랐다. 차도현은 자신의 다중인격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억눌린 것이 많았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반면 그의 억눌린 자아가 표출되는 신세기는 모든 것이 거침없었다. 애정 표현도, 자신의 감정 표현에도 모두 솔직했다. 또 지성은 페리박을 통해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안요나를 통해서는 발랄한 10대 여고생으로 변신해 웃음을 안겼다. 이외에도 “기억해, 지금 이 순간”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등의 명대사를 남기며 명품 드라마, 명품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단아하고 청순한 미모, 거기에 드레스까지 잘 어울려 ‘드레수애’라는 별명을 얻은 수애는 은근히 자신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고르기도 한다. 2013년 SBS ‘야왕’을 통해 역대 최고 악녀의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 SBS ‘가면’에서는 상류층과 서민을 오가는 1인 2역 연기를 선보였다. 수애는 극 중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도플갱어 서은하와 변지숙을 맡았다. 두 사람은 얼굴만 같을 뿐 출신도, 성격도 판이하게 달랐다. 수애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분위기를 바꾸며, 이를 자유자재로 연기해냈다.
물론 이전에도 연기 구멍 없는 배우로 유명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수애는 내공 있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변지숙이 아닌 서은하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불안한 모습,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최민우(주지훈)으로부터는 한 발자국 멀어지려는 모습 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것. 또 극 중 엄마 강옥순(양미경)의 죽음 앞에서 처절하게 눈물을 쏟아내는 연기로는 안방극장을 눈물로 가득 적셨다.
상반기 SBS에 수애가 있었다면, 하반기 SBS에는 김현주가 있다. ‘막장’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애인있어요’의 주인공 김현주는 수애와 마찬가지로 1인 2역 연기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시청률이 아쉽지만 ‘애인있어요’ 속 김현주의 열연은 빛난다. 극 중 독고용기와 도해강 쌍둥이 1인 2역을 연기하고 있지만, 김현주는 1인 4역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하고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흡입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
그간 김현주는 남편 최진언(지진희)과 강설리(박한별)의 불륜 행각에 상처를 입은 도해강, 기억을 잃은 뒤 다시 남편과 사랑에 빠진 도해강, 비리를 고발하다 목숨을 위협받은 독고용기, 모든 기억을 되찾은 도해강 등 각기 다른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진언을 밀어내기 위해 차갑게 변했지만 실상 마음과 다른 행동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 애절한 모습, 설리를 향한 통쾌한 복수 등은 김현주의 연기내공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연기 본좌’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김명민이 최근 택한 작품은 SBS ‘육룡이 나르샤’다. 극 중 김명민은 정도전 역을 맡아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의 연기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장면은 지난 10월 26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8회에 있다. 8회에서 정도전은 이성계(천호진) 앞에 나타나 함께 힘을 모아서 백성을 수탈하는 도당 3인방을 척결하자며 일장 연설을 한다. 해당 장면에서 김명민이 한 번도 수지 않고 한 호흡으로 소화한 대사의 글자 수는 무려 649자. 특히 이는 긴 대사 하나하나를 각각 다른 감정을 실어 전달했다는 데서 놀라움을 더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명민은 대사 전달력만이 아니라 눈빛 연기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발산해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